▲ 뉴스외전 화면 갈무리

MBC 낮뉴스 프로그램 <뉴스외전>에서 일하다 지난달 31일 계약종료로 해고된 박민아(가명)씨는 최근까지도 수차례 업무 전화를 받아야 했다. <뉴스외전> 패널들이 일정 등을 조율하기 위해 담당 코너 작가였던 박씨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터를 떠나게 된 뒤에도 수습과 해명은 박씨의 몫이었다. 고용노동부가 MBC를 포함한 지상파 3사(KBS·SBS) 방송작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가 발표되기 한 달 전, 박씨를 비롯한 <뉴스외전> 작가 3명은 ‘계약연장 불가’를 통보받았다. 이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의 문제제기와 당사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 진정 제기 같은 움직임이 있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MBC는 계약종료를 철회하지 않았고 노동부도 해고는 별도의 구제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뒷짐을 지고 있었다. 이들은 노동부가 <뉴스외전> 작가는 ‘MBC 근로자’라고 인정한 다음날 마지막 출근을 했다.

지난 21일 박씨와 또 다른 <뉴스외전> 작가 이유리(가명)씨는 노동부에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단근거와 이유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지난한 법정다툼이 이어질 수 있는 여정에서 ‘유일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MBC는 앞서 중앙노동위원회가 근로자성을 인정한 <뉴스투데이> 방송작가에 대해 복직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행정소송으로 끌고 간 상태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제역 근처 카페에서 또 다른 싸움을 준비 중인 박민아씨와 이유리씨를 만났다.

원고작성·섭외부터 CG의뢰에 패널의전까지

2019년 3월부터 MBC 저녁뉴스 <뉴스데스크>에서 일한 박씨는 2020년 12월 <뉴스외전>으로 팀을 이동했다. 박씨는 사흘은 현안을 두고 정치인과 대담을 하는 ‘포커스’를, 이틀은 경제평론가가 시사를 다루는 ‘경제 쏙’ 코너를 맡았다. 2020년 2월부터 <뉴스외전>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씨는 매일 진행되는 ‘코로나19 브리핑’을 도맡았다. 나머지 ‘이슈플러스’ ‘정치맞수다’ 같은 코너는 5~6명의 정규직 기자가 담당했다.

작가들의 업무시간은 평일 오후 1시50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뉴스외전> 스케줄에 맞춰져 있었다. 작가들은 오전 8시 전후로 상암동 MBC에 도착해 아이템 발제를 준비한다. 보도국 주간뉴스팀장과 앵커를 비롯해 기자와 작가들이 모여 9시에 회의를 하고, 아이템이 확정되면 VCR 영상과 CG 밑그림을 찾아 조연출(AD)에게 의뢰한다. 오전 10시부터 본격적으로 원고를 쓰기 시작한다. 팀장과 앵커 지시에 따라 원고를 수정하고 자막에 쓸 내용을 정하고 나면 오후 1시가 된다. 1시 이후엔 방송국에 도착한 패널들을 의전한다. 분장실에서 분장이 끝날 때까지 대기한 뒤 스튜디오로 안내한다.

‘코로나 브리핑’을 맡은 이씨의 경우 오전 11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 결과를 보고 원고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 쉴 틈이 없었다. 프로그램에 맞춰진 스케줄 탓에 이씨는 2년 가까이 일하는 동안 점심을 제때 챙겨먹은 기억이 없다. 

방송이 시작된 이후에는 패널이 한 말을 중심으로 소제목을 ‘뽑는’ 작업을 한다. 방송을 마친 패널 의전도 해야 한다. 오후 3시가 넘어서 생방송이 끝나도 작가들의 일과가 마무리되는 건 아니다. 다음주에 나올 패널 섭외작업이 이어지고, 다음날 아이템 발제를 위한 ‘준비모드’가 퇴근시간 이후에도 계속된다.

단체방에서 수시로 보고하고 지시받아

작가들은 독립된 영역에서 ‘프리’하게 일한 게 아니라 <뉴스외전> 안에서 기자들과 ‘유기적 협업’을 하며 업무를 수행했다. 20명 내외 <뉴스외전> 팀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내용을 보면 작가들은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맡은 코너명) 송고했습니다” “자막 넣었습니다” “(패널 ○○○) 분장실(혹은 대기실)입니다” 같은 업무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했다.

업무수행 과정에서도 작가들은 앵커나 팀장에게서 상시적인 지시를 받았다. 출고 권한을 가진 앵커는 1차로 원고를 송고하고 나면 질문이나 내용 등을 추가할 것을 지시했고, ‘마스터’라 불리는 기자와 주간뉴스팀장은 자막을 검토했다. 섭외는 ‘처음부터 끝까지’ 앵커와 팀장의 의지로 이뤄졌다고 작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사실관계 확인 같은 구체적인 업무지시도 받았다. 앵커는 카카오톡을 통해 “부친 위독 같은 경우에도 해외 입국자는 격리 대상인지, 만약 격리대상이 아니라면 어떤 절차를 거치면 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는지” 답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고 이를 확인해 달라고 이씨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노동부가 근로감독을 통해 <뉴스외전> 작가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단한 근거도 여기에 있다. 노동부는 감독 결과 발표 당시 “대법원의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따라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했다”며 “원고집필 업무 외에 사측의 요청으로 다른 업무도 수행하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아 온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MBC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뉴스외전> 작가들에게 재계약 불가 사실을 통보했다. 근로감독 발표가 있기 전 노동부는 ‘근로자성 인정 여지가 높다’고 분류한 프로그램을 사측에 알렸다. 노동부는 작가들 개별 면담조사 결과 이후 사실확인 차원에서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MBC가 근로감독 도중 계약종료를 통보한 것에 대해 시정지시를 불이행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MBC 근로감독을 담당한 서울서부지청 관계자는 “‘개인’이 아니라 ‘자리’에 대한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해당 작가들의 계약종료 이후 같은 자리에 프리랜서를 고용했다면 이는 시정지시를 불이행한 것이 되지만 같은 자리에 정규직이 일하고 있다면 이는 불이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외전> 작가 해고 이후 MBC는 새로 작가를 채용하지 않고 정규직 기자가 해당 업무를 대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MBC 상암사옥 전경. MBC 홈페이지▲ MBC 상암사옥 전경. MBC 홈페이지

결방 임금손실 대책 요청하자
“결방 많으니 다른 일 찾아라”?

<뉴스외전> 작가들은 지난해 11월30일 주간뉴스팀장에게서 구두로 재계약 불가를 통보받았다. 당시 주간뉴스팀장은 “시스템 정비”를 이유로 들었다. 작가들이 하던 업무를 기자들이 맡게 된다는 것이었다. 박씨와 이씨는 팀장에게서 “2022년은 스포츠행사로 결방이 되는 날이 많아 (방송이 나가야 급여를 받는) 작가들의 생계 보전이 어려우니 다른 일을 찾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박씨와 이씨는 해당 팀장이 지난해 초 새로 온 다음 ‘민원사항’을 이야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팀장은 첫 면담 자리에서 작가들에게 “불편한 게 없는지” 물었고, 이들은 고심 끝에 방송사 사정으로 결방될 때마다 작가들 급여가 ‘반토막’ 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달라고 요청했다. 2022년은 동계올림픽·아시안게임·월드컵 같은 스포츠행사가 연이어 예정돼 있는 해다.

당시 팀장은 작가들의 요구에 어느 정도 부응하는 노력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말 계약종료를 통보하면서 이때를 언급하며 “온 지 며칠 안 됐는데 이런 얘기를 강하게 하니까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단다. 결방에 따른 임금손실 보전을 요청했는데 오히려 임금손실이 계약종료 사유 중 하나의 근거로 작용한 것이다.

박씨는 “작가에게는 ‘생계’인 문제를 본인을 당황스럽게 한 문제로 말하는 그 감수성에 화가 났다”며 “기자면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이야기해야 하는데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한 작가들에게 화살을 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간뉴스팀장은 <매일노동뉴스>에 “회사 담당 부서에 문의해 달라”며 답변을 피했다. MBC측은 <뉴스외전> 계약종료건에 대해 “해당 부서에서 이뤄진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며 “방송 개편이나 시스템 정비 차원이라기보다는 계약기간 종료에 따라 연장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최성혁)도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최성혁 MBC본부장은 “(방송작가) 문제는 방송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기반하기 때문에 (개별 사건이 아닌) 산별교섭으로 풀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며 “근로감독 결과에 따른 제도적 변화가 있을 것이고 방송작가 처우개선에 대해서는 협의체를 복원해 틀 안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방송작가특별협의체는 언론노조와 공영방송 3사(KBS·MBC·EBS)가 산별협약 체결을 통해 작가들의 처우와 불공정 계약관행 개선 등을 논의하기로 한 기구다. 출범 이후 흐지부지됐지만 최근 협의체 재가동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상태다.

노동부에 정보공개 청구부터 시작

MBC를 상대로 한 박씨와 이씨의 싸움은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노위가 지난해 3월 <뉴스투데이> 방송작가에 대해 근기법상 근로자로 보고 원직복직을 명령했지만 MBC는 이행강제금을 내고 현재 행정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재판도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6일 MBC가 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MBC측은 과세정보 제출명령 신청서를 냈다. 근무시간에 다른 소득을 얻었는지 여부를 확인해 MBC 직원이 아니라 프리랜서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한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방송작가측을 대리하는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근무시간 중에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회사가 이미 알고 있고, 근무시간 외에 소득이 있는지가 MBC와의 근로관계를 따지는 데 어떠한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소가 제기된 지 8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이제 과세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을 때 행정소송으로 이어지고 소송이 지연되는 점 등을 감안해 현재 이씨와 박씨는 <뉴스투데이> 방송작가들과 동일한 단계를 밟기보다 다른 방향으로 대응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정보공개 청구가 첫 스텝이다. 이들의 법률대리인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노동부는 계속 ‘과거’를 이야기하며 지난해 12월31일까지 근로자로서 못 받은 임금에 대해 근로자지위확인 진정 사건에서 다룰 수 있다고 하지만 정작 ‘현재’ 해고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다투라고 한다”며 “상대적으로 근로자성 인정에 보수적 입장을 취했던 노동부가 인정한 근거와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한 뒤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을 함부로 시키는 것을 떠나서 작가를 같은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뉴스투데이> 사건으로 오히려 작가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해진 것 같아요. <뉴스투데이>에서 작가 2명에게 해고를 통보한 기자를 곧바로 작가들이 있는 부서인 <뉴스외전> 팀장으로 보내고 권한을 맡긴 것이 MBC가 작가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요. 프리랜서 지위라도 계속 일하고 싶었던 것뿐인데 안정적인 지위를 만들어 놓지 않으니 이렇게 쉽게 잘렸어요. 저희는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어야 돼요.” 박민아씨의 목소리가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