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지금부터, MBC의 답을 기다리겠습니다 - MBC 뉴스투데이 부당해고 행정소송 1심 승소를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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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7-18 15:03 조회53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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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MBC의 답을 기다리겠습니다
-MBC 뉴스투데이 부당해고 행정소송 1심 승소를 맞이하며-
방송작가가 노동자로 인정받던 날,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벌써 작년 일입니다. 2021년 3월, 중앙노동위원회는 MBC 보도국에서 일했던 2명의 방송작가들을 노동자로 인정했습니다. 대한민국 사상 처음으로 있는 일이었지요. 저녁 8시쯤 발표가 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애초 예상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지만, 전국에서 마음을 졸이며 결과를 기다렸던 350명 방송작가유니온 조합원들은 각자가 있는 곳에서 모두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방송작가로 일하면서 겪은 일 가운데 이토록 놀랍고 전복적인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나 MBC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방송작가는 원래 프리랜서라며, 대부분의 방송작가가 그런 식으로 일한다며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는 방송사가 정작 자사의 노동문제에 이렇게 비겁하다는 건 참으로 모순적이었습니다.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2명의 방송작가는 또 다시 긴 싸움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오늘, 행정법원도 방송작가의 편에 섰습니다
오늘 2022년 7월14일. 행정법원은 1심에서 방송작가도 노동자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옳았다고 판결 내렸습니다. 행정법원의 결정을 환영합니다. 그동안 마음 고생했을 해고방송작가 두 분께 축하인사를 전합니다. 사건을 맡아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강은희, 윤지영 변호사님과 연대의 힘을 보태준 ‘미디어친구들’을 비롯한 수많은 단체들, 그리고 오늘도 방송 제작 현장에서 묵묵히 응원을 보내주고 계신 미디어비정규직 여러분들께 감사 인사 전합니다. 무엇보다도 오늘의 성과는 방송작가유니온 전 조합원이 함께 이뤄낸 값진 결실입니다.
방송작가는 노동자입니다. 방송작가는 업무의 마디마다 사측의 관리와 지시를 받아서 일을 합니다. 방송사의 기획에 따라 프로그램을 만들고 방송사가 편성한 시간에 송출하는 것 자체가 방송사의 관리와 지시를 받는다는 증거입니다. 프리랜서라는 타이틀은 사용자가 싼값으로 쉽게 쓰고 쉽게 자르기 위해 만든 프레임에 불과하다는 게 오늘의 판결로 다시 한 번 증명됐습니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MBC뉴스투데이 방송작가 부당해고 사건으로 그간 가려졌던 MBC의 맨얼굴이 드러났습니다. MBC는 문체부가 제시한 방송작가 표준집필계약서를 쓰지 않고 ‘프리랜서 업무 위탁 계약서’를 고집해, 기본 중의 기본인 계약서조차 입맛에 맞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뉴스투데이 부당해고 사건이 알려지며 지금은 어느 정도 개선됐지만,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면 아직도 어떤 계약서를 쓰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노동위원회 심문회의와 행정소송 재판 중에 MBC는 방송작가가 아이템선정도, 원고 작성도 모두 독립적/자율적으로 진행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해고 방송작가들이 하던 프로그램은 뉴스입니다. 어떤 언론사가 촘촘한 데스킹 없이 뉴스를 송출할까요? MBC는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사입니다. 이토록 공신력 있는 곳이 오로지 개인의 자율적 판단에만 의존해 뉴스를 내보낼 리 없습니다.
MBC는 중노위 심문회의에서 아버지의 상중에도, 차가 반파되는 교통사고에도 출근을 강행한 방송작가들을 두고 ‘작가들이 사명감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다가 행정소송 재판에서는 상세하게 업무 지시를 한 이유에 대해 ‘작가로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라며 말을 바꿨습니다. 10년을 한 자리에서 일하며 이미 검증된 방송작가의 업무능력을 뒤늦게 깎아내리면서까지 MBC는 해고방송작가들에게 했던 업무 지시를 부정했습니다.
이제 MBC의 답을 기다립니다
방송작가도 노동자라는 판결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KBS전주방송총국 부당해고 사건, TBS 서브작가 부당해고 사건, YTN 막내작가 부당해고 사건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동자성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지금에 와서 방송작가가 프리랜서에서 노동자로 변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여태껏 방송작가는 노동자처럼 일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프리랜서라는 장막으로 가려져 있었으며 이제야 그 장막이 걷혀 하나 둘,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연이은 노동자성 인정 판정의 시작에는 MBC뉴스투데이 부당해고 사건이 있습니다. 해고당한 두 작가님이 ‘방송작가=프리랜서’라는 관행에 맞서지 않았다면, 오늘까지 이어진 길고 긴 소송전을 이겨내지 못했다면 없었을 일들입니다. MBC 뉴스투데이 부당해고 사건이 마중물이 된 방송작가의 노동권 찾기.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이제, MBC가 답할 차례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두 사람의 방송작가들이 지난 10년간 일해 왔듯 다시 일할 수 있는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너무 오래 떠나 있었습니다. 제 자리임을 인정받고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언저리를 맴돌아야 하는 작가들의 심정을 생각한다면 MBC는 더 이상의 소송 전 또한 진행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MBC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합니다. MBC 본사와 지역사, 계열사 그리고 MBC에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외주제작사까지. MBC에 연결된 노동환경에 대해 자체적으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합니다. 해고된 MBC뉴스투데이 방송작가들처럼 부당한 일을 당하고 가슴 아파하는 노동자는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지금부터, MBC의 답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