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취재작가 노동자성 부정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시대착오적 결정 규탄한다! 20대 청년 노동자에게 도급계약 체결 강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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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3-23 13:53 조회331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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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유니온][성명]취재작가_노동자성_부정한_서울지방노동위원회_시대착오적결정_규탄한다20220323.pdf (158.3K) 6회 다운로드 DATE : 2022-03-23 13: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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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작가 노동자성 부정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시대착오적 결정 규탄한다!
20대 청년 노동자에게
도급계약 체결 강요한 YTN은 각성하라!
지난 2월 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취재작가 A씨가 YTN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기각했다. 하루 8시간 가까이 상근하고 최저임금 수준의 돈을 받으며 일해 온 청년 노동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부정한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는 서울지노위의 이번 판정에 깊은 유감을 전한다. 이는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을 잇달아 인정한 최근 판례에 역행한 시대착오적이고 반노동적인 결정이다.
또한 ‘도급계약’이라는 꼼수로 취재작가의 노동자성을 부정한 YTN의 반노동적 행태에 분노한다. YTN은 더 이상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를 보도하고 비판할 자격이 없다.
취재작가 A씨는 지난 2021년 4월부터 YTN의 한 프로그램에서 제작 팀원으로 일했다. 그의 업무는 자료조사와 섭외, 속기, 자막 작성, 홈페이지 관리 등 방송사 취재작가들의 통상적인 업무였다. 하지만 2021년 8월, A씨는 계약 기간을 5개월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였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기각한 것이다.
서울지노위의 판정문에 언급된 기각 사유는 황당함을 넘어 참담할 정도다.
첫째, 지노위는 취재작가 A씨가 메인작가 B씨의 필요에 의해 선발됐고 그 과정에 YTN이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는 방송사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메인작가의 필요에 의해 사적으로 고용한 취재작가에게 대신 돈을 지급해 줄 방송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또한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PD-AD-메인-취재작가’등 4인 체제로 총 3팀이 동일한 형태로 운영됐다. YTN이 제작비 등을 고려해 인력구조를 결정했고 취재 작가의 근무 조건과 급여를 정한 뒤 메인작가에게 채용 관련 실무를 지시한 것에 불과하지만 지노위는 이를 무시했다.
둘째, 지노위는 취재작가 A씨가 수행한 업무가 메인작가의 지시에 의한 것일 뿐 정규직 피디의 구체적인 업무 지시나 지휘 감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고용노동부가 낸 ‘막내작가(취재작가) 자율개선사업 보고서’에는 “메인작가가 주로 업무지시를 하지만 메인작가 역시 단독으로 정해진 업무를 수행한다기보다 방송사나 제작사의 협의 하에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회사로 치면 일종의 팀장급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설사 취재작가가 정규직 피디가 아닌 메인작가 등의 업무 지시를 받는다 해도 이는 본사를 대리한 정규직 피디와의 주된 소통 창구가 메인작가이고, 정규직 피디 대신에 메인작가에게 그러한 지휘 감독을 하도록 방송사가 허용하고 위임했기 때문에 메인작가가 그러한 권한을 행사했을 뿐, 이러한 사정이 취재작가의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방송사의 사용자 책임을 면책할 근거가 될 수 없다.
셋째, 지노위는 YTN과 취재작가 A씨가 체결한 계약서에 ‘을은 본 계약상 업무 외 타 업무에 종사하여 별도의 업무를 창출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다는 이유로 YTN에 대한 전속성이 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취재작가 A씨는 야근과 주말 근무도 마다 않고 하루 평균 8시간 가까이 방송사에 상주하며 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노위는 YTN이 만든 계약서상의 형식적 문구만을 근거로 A씨의 자유로운 겸직이 가능했다며 노동자가 아니라는 비정한 판단을 내렸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주 120시간 노동이라도 하라는 말인가?
무엇보다 지노위는 본질적인 사실을 외면했다. 바로 취재작가 A씨와 계약서를 체결한 당사자는 YTN이며, 보수를 지급한 것도 YTN이라는 것이다. 취재작가 A씨가 메인작가 등의 지휘 감독을 받으며 일하게 한 것도 YTN이며 A씨가 만들었던 프로그램은 YTN의 방송이다.
지노위는 YTN이 작성한 ‘도급계약’의 문제점 또한 간과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방송분야 표준계약서’를 제정하며 특히 근로자성이 강한 취재작가는 ‘표준 근로계약서’를 체결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YTN은 20대 청년노동자인 취재작가 A씨를 상대로 건설 현장에서나 등장할법한 ‘도급계약’을 체결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만들었다.
YTN이 불공정한 ‘도급계약’을 체결한 이유는 계약서 문구를 보면 짐작 가능하다. 해당 계약서 3조 5항에는 ‘본 계약은 근로 계약과는 무관하며 갑은 휴일, 휴가, 4대 보험, 퇴직금, 업무상재해를 비롯한 일체의 노동관계법 상 사업주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표현이 버젓이 들어가 있다.
이미 지난 해 12월 21일 법원은(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 11부) 그래픽 디자이너 등 YTN 프리랜서 12명이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해당 계약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사측이 ‘근로계약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도급계약서를 작성하게 한 것을 ‘근로자 지위를 부인하려는 조치’라고 꼬집으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YTN이 청년 노동자에게 강요한 불공정 도급 계약서를 사실상 용인하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그동안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부정됐던 방송사 프리랜서·비정규직의 근로자성이 인정되고 있는 건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인 흐름이다.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가 MBC '뉴스투데이' 작가 2명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데 이어, 전북에서도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판정이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를 근로감독한 결과 총 152명의 방송작가가 노동자성을 인정받았고, KBS는 향후 취재작가(막내작가)들을 상대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뜻을 방송작가지부에 밝히기도 했다.
우리 방송작가들은 이런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강하게 규탄하며,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을 통해 올바른 판단을 받고자 한다.
대선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2030 청년 세대의 목소리에 주목했다. 청년 세대가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게 하는 건 시대적인 과제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빼앗긴 것도 모자라, 너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말을 대체 방송업계 청년 노동자들이 언제까지 들어야만 하는 것인가! 지난 수 십 년간 비정규직의 희생과 착취 구조에 기대 돈을 벌어온 방송사의 자정 노력을 더는 기대할 수 없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
2022년 3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방송작가유니온)